[#01] 내가 선택한 '회계사', 내 선택의 옮음을 증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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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내가 선택한 '회계사', 내 선택의 옮음을 증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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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출처

 연세대 상경계열 경영학과 졸업 / 3년간 공군장교 근무 / 제46회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한 김도연 회계사 

 

1. '언스트앤영한영' 막차를 타다

  나는 세 과목 유예생이었고 다른 수험생에 비해 나이도 많은 편이었기 때문에 2차 시험 후 실시된 사전 면접에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 하지만 다 잘될 거라는 선배들의 말만 믿고 합격자 발표 후에도 회계법인 입사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공인회계사 발표 다음 날, 나는 모교에서 주최한 '공인회계사의 밤' 행사에 참석해 동문들과 함께 합격의 기쁨을 만끽했다. 그곳에서도 회계법인의 리쿠드팅이 알음알음 진행됐지만 별반 신경 쓰지 않았다. '그래도 회계사 합격자인걸. 연락이 오겠지.' 라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완벽한 나의 착각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회계법인의 리쿠르팅은 사전 면접으로 거의 완료되고, 일부 결원에 대해서만 공인회계사 합격자 발표 후에 충원하는 식으로 진행됐던 것이다. 위기감을 느낀 나는 발표 그다음 주 월요일부터 적극적으로 입사 지원에 나섰고, 다행이 언스트앤영한영에 막차를 타듯 입사할 수 있었다. 
  회계법인 입사를 준비하는 수험생들은 2차 시험에 이어 진행되는 사전 면접에 반드시 응하길 바란다. 더불어 입사를 원하는 회계법인에 적극적으로 입사 지원하기를! 아슬아슬하게 막차에 올라탄 선배의 애정어린 조언이다.

2. 졸음과의 한판 전쟁이 된 사내 연수

  입사가 결정되고 나서 한숨 돌릴 틈도 없이 곧바로 직무 연수가 시작되었다. 연수는 입사 후 3일간 여의도 본사에서 받았는데, 회사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와 기타 행정 처리를 위한 교육이 주 내용이었다. 그리고 본격적인 실무 교육은 이후에 해외 연수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120여 명의 입사 동기가 여의도 본사 강당에 자리하자마자 대표이사 이하 각 본부 대표급 파트너들이 차례로 들어오고 잠시 후 강연과 설명이 이어졌다. 언스트앤영 글로벌 기업으로서 언스트앤영한영의 지향점은 어떠하고 그 조직 구조는 어떠하고 근무 시간은 어떻게 입력하며 경비 청구는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는지 등등에 대한 세세한 행정업무까지... 간이 탁상 위의 메모지와 필기구가 흐릿해지는가 싶더니만 스르르 졸음이 쏟아졌다. 시험 합격의 기쁨 뒤에 오는 피로감에 수험 생활 동안 지겹도록 들었던 강의에 대한 기억이 보태져 집중하기가 쉽지 않았다.  멍하니 앉아 있는 신입 회계사들이 걱정됐는지, 강사들이 강의 중간중간 "무슨 말인지 모르겠죠? 하다 보면 다 돼요."라며 추임새를 넣어 줬는데, 덕분에 우리들은 완전히 무장 해제돼 겨우 남아 있었던 긴장감마저 모두 풀려 버렸다.
  동기들의 관심사는 오로지 사내 연수 후의 추석 연휴와 뒤이어 진행될 9박 10일의 해외 연수뿐이었다. 3일간의 사내 연수가 끝나고 나와 동기들은 회사에서 준 추석 선물을 하나씩 들고 집으로 향했다.
  예전에는 2차 시험 합격자 발표가 추석 이후에 있었다고 한다. 그러다 발표일이 점점 당겨져서 최근에는 추석 전에 합격자 발표가 난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고 했던가. 낙오자에게 명절은 한없이 즐거운 날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괴로운 날이었다. 하지만 합격 후 맞는 추석은 지난 낙방의 슬픔마저 기쁘게 추억하게 했다. 

 

3. 가장 소중한 자산은 동기들 

  언스트앤영한영은 신입 공인회계사 연수를 필리핀으로 간다. 과거에는 간혹 국내 연수로 대체하기도 했지만 현재는 글로벌 마인드를 강화하기 위해 해외 연수를 적극적으로 시행한다. 일정은 9박 10일. 상당히 길다. 사전에 일정표를 받아 보기는 했지만, 정확하게 어떻게 연수가 진행될지는 알 수가 없어서 조금 긴장이 됐다. 그런데 주위를 돌아보니 다른 동기들은 마음이 편해 보였다. 나도 편하게 분위기에 어울리려고 노력했다.
  연수 장소는 마닐라 시내의 구시가지에 위치한 팬퍼시픽 호텔이었다. 주변 건물들이 다소 노후했고 거리고 조금 어두운 분위기였지만 호텔 방과 식사는 만족스러웠다. 특히 2인 1실로 배정된 방은 이그제큐티브 트윈베드룸으로 넓고 깨끗했으며 시설도 최신식이었다. 호텔 직원들 또한 매우 친절했다. 호텔에서 연수를 받으니 회계사로서 대우받는 느낌이 들어서 조금 우쭐했다. 
  연수 처음 며칠은 클라이언트 응대 요령, 각종 업무 관련 프로그램 사용법 등에 관한 교육이 이루어졌고, 연수 후반부에는 회계감사 실무에 대한 교육이 진행되었다. 특히 실무 교육은 언스트앤영의 감사 방법론에 대한 개괄적인 이해와 함께 현장에서 사용되는 회계감사 프로그램에 대한 적응 능력을 키우기 위한 과정들로 채워져 있었다. 
  필리핀 연수의 목적은 실무에 잘 적응하기 위한 업무 습득이었지만, 열흘 동안 얻은 가장 소중한 자산은 동기들과의 끈끈한 유대감이었다. 오후 6시에 교육이 끝나면 클럽이나 펍에 가서 삼삼오오 모여 필리핀의 대표 맥주인 산 미구엘을 마시며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 힘들었던 수험 생활, 앞으로의 계획 등에 대해 새벽까지 이야기를 나눴다. 그때 동기들과 쌓은 친분은 고된 기말감사 시즌에 나를 지탱해 준 버팀목이 됐다. 같은 법인이라도 서로 다른 영역에서 일하기에 동기들을 자주 보기는 어렵지만, 가끔 마주칠 때마다 격려의 말을 건네고 각종 정보도 교환하면서 서로의 성장에 도움을 주고 있다.

4. 필드에서 만나요~ 

 2차 시험 과목인 회계감사에서 권 모 강사의 종강 멘트다. 회계감사가 가장 마지막으로 공부하는 과목인데, 그것이 종료됐기에, 이 인사말은 곧, '이제 강사와 수험생의 관계가 아닌 감사 현장에서 회계사 대 회계사로서 만나자.' 또는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다했고 합격 여부는 너희들 몫이다.'라는 의미다. 돌아보면 이 말을 듣고서 얼마나 벅차고 기대됐었는지 …. 
  나의 첫 필드는 모 메이저 정유사의 소규모 자회사였다. 선임 회계사는 내게 첫 데뷔하는 회사가 너무 소소해서 안타깝다고 말했는데,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 무척 설레면서도 긴장되었다. 
  나는 필리핀에서 배운 대로 회계감사 프로그램을 실행시키고 전기조서 파일을 열었다. 파일을 처음 본 순간, 학생 시절 회계원리 학점 A+에 고무되어 자신 있게 『중급회계』를 펼쳤을 때 느꼈던 '흰 것은 종이요. 검은 것은 글자로다.'의 기분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중간 감사였기에 회사의 내부통제를 이해하고 제대로 작동하는지 여부를 점검하기 위해 샘플 거래를 선정해 관련 내부통제점에서 발생되는 증빙문서를 확인해야 했다. 고객 회사로부터 관련 문서를 받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지만, 업무 담당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회사의 거래와 관련 내부통제를 이해하고 파악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군대에서 장교로서 행정 업무를 담당했던 경험이 없었다면 어찌 됐을까. 기본적으로 조직이 갖추어야 할 주요 특성에 대해 낯설지 않아서 그럭저럭 잘 넘어갈 수 있었다.
  첫 필드 활동을 마치고 팀 회식을 가졌다. 그 자리에서 선임 회계사님이 이런 이야기를 해줬다.
  "내가 1년차 수습회계사일 때 말이야. 후회스러운 기억이 하나 있어. 고객 회사 경리 직원이랑 인터뷰를 하는데 무슨 말을 하는지 하나도 모르겠는 거야. 공부만 하다 회계사가 되었으니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해 알 리가 없잖아. 거기까진 좋아. 그런데 회계사라는 자존심에 고등학교 나온 어린 여직원한테 물어보기가 부끄러우니까 '아, 그래요.' 하면서 그냥 받아 적기만 했어. 그때 내가 '이건 왜 그래요? 잘 이해가 안 돼요.'라고 물어봤다면 훨씬 더 실력 있는 회계사가 될 수 있었을 텐데. 실력 있는 회계사가 조금 더 빨리 될 수 있었을 텐데 말이지." 
  뜨금했다. 괜히 얼굴도 붉어지고 말이다. 선배 회계사가 1년차 때 범한 실수를 나도 똑같이 했기 때문이다. 불과 며칠 전 일이었다. 
  "현금 입출금은 어떻게 하고 계시죠? 출납 담당자는 누구예요?"
회사 경리 직원에게 물었다.
 " 은행 가는 여직원이 한 명 따로 있고요. 입출금은 CMS로 해요."
CMS..., 처음 듣는 단어였다. 여직원에게 물어볼까 슬쩍 고민이 됐다. 그러다 멈칫하고는 도움을 구하지 않기로 했다. 1년차라고 무시할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아, CMS요. 좋은 것 쓰시네요."라고, 엉뚱한 대답만 하고 말았다. 
  회계사는 회계전문가이지 고객 회사의 업종에 대한 전문가가 아니다. 고객 회사에 대해 잘 모르는 것은 당연하고 수습회계사라면 말할 것도 없다. 수습회계사로서 인터뷰를 통해 회사를 잘 이해하고 회사 간 거래가 회계기준에 맞게 재무제표에 기록됐는지 확인할 수 있으면 그만인 것이다.
  뭐든 모르면 질문하고 이해하고자 노력해야 한다. 회계감사를 의미하는 영어 단어 AUDIT의 어원은 '듣는다'는 뜻의 AUDIO다. 붉어진 내 얼굴을 술 덕분에 감출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이후 나는 질문을 두려워하지 않는 회계사가 되었다. 

5. 즐겁고도 고통스러운 재고실사

  중간감사 시즌이 끝나고 12월 중순이 되었다. 이제부터는 재고실사 시즌이다. 재고실사는 1년차와 2년차 수습회계사들이 주로 한다. 재고수불부를 받아서 샘플을 선정하고 수량 확인과 진부화 여부를 체크하면 된다. 하지만 이 일 역시 책에서 배운 것과는 다르기 마련. 지나가던 선배들뿐만 아니라 선임 회계사들도 "재고실사는 지방 출장이 조금 귀찮을 뿐 비교적 쉬운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숫자 잘 세고 와. 진부화 여부도 체크하고."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회계감사 공부할 때의 기억을 더듬고 전기 재고실사 조서를 뒤적여 봤지만, 내가 가늠할 수 없는 또 다른 어떤 일이 터지는 것은 아닌지 불안하기는 매한가지였다.
  젊은 회계사의 패기를 앞세워 과대 계상된 재고, 진부화된 재고를 꼭 찾고 말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재고실사를 시작했다. 재고자산의 종류는 업종에 따라 상이하고 포장, 보관 상태도 천차만별이다. 모든 재고가 동일한 규격, 동일한 중량으로 동일한 박스에 포장되어 있고 수량은 개수가 아닌 무게로 측정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엔 참 난감하다. 샘플 재고의 중량을 계측해 볼 수도 없고 뭐가 진부화된 것인지도 도대체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이런 경우는 보통 입고일을 확인한다. 
  플라스틱 원료가 되는 석유화합물 가루를 사람만 한 마대 자루에 담아 건물 몇 층 높이로 쌓아 둔 경우도 있는데, 이런 재고의 무게는 입항 시 계측하기에 재고실사 중에 무게를 재어 볼 수가 없다. 무게를 잴 수 있는 저울이 창고에 없다. 잘못된 무엇인가를 찾아내야 일을 제대로 한 것 같은데, 어쩐지 찝찝한 기분을 숨길 수 없다. '샘플 테스트를 몇 개 더 해 볼까.' 생각하다가 이내 창고의 매서운 추위에 굴복하고 만다.
  재고실사를 하다 보면 호텔 식재료 창고에서 영하 40도 추위와도 싸워 보고 20미터짜리 석유화합물 저장탱크 위에도 올라게게 된다. 신기하고 재미있는 경험이다. 언젠가 다국적 생활용품 판매업체 A사의 재고실사팀에 추출됐을 때는 1박 2일의 일정으로 비행기를 타고 부산까지 가서는 해운대의 고급 호텔에서 숙박하며 따뜻한 창고에서 낯익은 화장품 재고들을 헤아리는 호사도 누릴 수 있었다.
  몸은 조금 힘들고 이리저리 떠돌아도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이 회계사로서 누리는 가장 큰 즐거움이 아닐까 싶다.

6. 나의 첫 감사 시즌

  1, 2년차 수습회계사의 경우, 큰 거래서를 담당하는 팀에 포함된 일부를 제외하고 대개 1월 초부터 2월 말까지 10~12개의 거래처에 투입된다. 한 고객사당 5일이 주어지는 것은 그나마 양호하다. 2~3일 만에 마무리해야 하는 작은 고객사 업무를 많이 맡게 되면 말 그대로 '헬'이 된다. 회사가 작다고 해야 할 업무가 적은 것은 결코 아니다. 2~3일 기한이 부여된 고객사를 많이 맡을수록 업무량은 배로 늘어나는 것이다. 더군다나 같은 팀 선배 회계사들 또한 각자 할당받은 업무가 많아 바쁘기 때문에 궁금한 것을 물어보기도 어렵다. 어떻게 해서든 각개전투, 단독 돌파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1년차가 맡는 계정은 재무상태표에서는 현금성자산, 기타 유동자산, 유/무형자산, 기타 투자자산, 유동부채, 비유동부채이고 손익계산서에서는 판매관리비, 급여, 영업 외 손익 등이다. 물론 중요 계정은 배정받지 않는다. 1년차는 잡계정을 전부 다 배정받는 경우가 많은데 기말감사에서 수행할 업무가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직 익숙하지 않은 상태인지라 혼란수러울 수 밖에 없다. 또 인터뷰해야 할 담당자도 여럿이고 받아야 할 자료도 여러 분야에 걸쳐 있다 보니 업무가 뒤죽박죽이 되기 일쑤다. 
  기업의 회계팀이야 주무 부서이기에 적극적으로 도와주지만 현업부서나 인사팀 관계자들에게 회계감사는 귀찮은 일일 뿐이다. 급여 담당자에게 인터뷰를 요청하려고 전화를 걸었더니 일주일간 휴가여서 당황한 경우도 종종 있었다. 담당자들이 자리에 있다고 해도 감사인에게 그다지 협조적이지 않은 경우도 많다. 필드에서 인터뷰나 관련 자료를 받지 못하면 감사인은 매우 곤란한 상황에 처한다. 필드에서도 호의적이지 않은 경우가 있는데 전화상으로야 두말할 게 없다. 따라서 담당자들과 대면할 수 있는 필드에서 인터뷰와 자료 수집을 신속하게 마무리하고 어느 정도 조서를 꾸민 후 철수하는 것이 상책이다. 나머지 업무는 주말이나 다른 필드 일정 중 야근을 통해 하나씩 선입선출하면서 감사를 마무리하면 된다.

7. 시즌 끝, 행복 시작! 과연 ···?

  2000년대 초반만 해도 감사본부는 기말 시즌에만 죽을 듯이 일하고 나머지 기간에는 비교적 여유롭게 일하는 것이 통상적이었다. 하지만 근래에는 회계 관련 용역 수행도 많고 기말감사 끝나면 연결재무제표 감사, 연결재무제표 감사 끝나면 1분기 검토, 1분기 검토 끝나면 잠시 한숨 돌리고 반기 검토, 다시 3분기 검토 및 중간감사에서 기말감사로 이어진다. 
  세상 사삶들이 각자 다른 삶을 살듯이 감사본부 동기 100여 명도 모두 다른 상황에 처한다. 끊임없이 하드 트레이닝을 받는 동기도 있고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비시즌을 보내는 동기도 있다. 나는 후자의 경우였는데, 마침 3월에 배정된 감사 업무가 없어서 세무본부로 한 달 파견근무를 지원했다. 세무본부 중 법인세 관련 부서는 일 년 중 3월이 가장 바쁘다. 12월 말 결산을 하는 법인의 법인세 납부기한이 3월 31일이기 때문이다. 
  회계와 세법은 서로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세법 실무는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지 무척 궁금했다. 내게 할당된 업무는 법인세 신고서식을 작성하는 단순 업무였다. 법인세 신고를 하기 위해서는 국세청 법인세 신고 네트워크에 신고 내용을 입력해야 하는데, 이것이 실무에서 사용하는 세무조정 컴퓨터 프로그램과 호환이 되지 않아서 수기로 법인세 신고 서식을 작성했다. 업무 강도는 높지 않았고 업무량도 그리 많지 않았다. 더 좋았던 것은 법인세 신고 업무 흐름을 전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던 점과 세무본부 분위기 및 업무 수행 방식을 엿볼 수 있었던 점이다.
  파견 근무 종료 후 4월에는 1분기 검토와 연결재무제표 감사 업무를 수행했는데, 업무량이 부담되는 정도가 아니었기에 그사이 체력을 회복해 즐겁게 일할 수 있었다.

8. 내가 회계사를 선택한 것이 잘한 일일까?

  정신없이 바쁜 시기들을 보내고 슬슬 한가해지는 여름. '내가 회계사를 선택한 것이 잘한 일일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 봤다. 갓 수습 1년을 마쳤다. 내 선택에 대해 잘 모르는 것이 정상일 것이다.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이 영원할 리 없고 내 앞에 펼처질 미래는 무궁무진하다. 난 나의 선택에 후회 없고 불만 없다.
  수년간의 치열한 수험 생활을 거쳐 회계세무전문가로서 능력과 기본 자질을 갖추고 사회 초년생 때부터 한 분야의 전문가로서 활동할 수 있다는 것은 매력적인 일이다. 때로는 고객사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밤을 꼬박 새기도 하지만, 자신만의 시간을 갖고 자기 자신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기회도 많다.
  물론 주위에서 들리는 좋지 않은 말도 있다. 최근 전문 자격시험의 가치와 위상이 과거에 비해 하락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고 회계업계의 미래가 장밋빛이 아닌 것도 많은 이들이 동의하는 바이다. 혹자는 회계업계를 레드오션이라고 한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모든 분야에서 경쟁은 나날이 치열해지고 있다. 과연 블루오션이라고 할 만한 직업이 얼마나 있는지 모르겠다. 우리 모두가 마크 주커버그는 아니지 않는다. 숙련된 회계 지식은 여전히 쓸모가 많으며 회계전문가로서 경쟁력을 갖춘다면 자기만의 블루오션은 충분히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내가 회계사를 선택한 것이 잘한 일일까? 인생에서 어떤 선택을 하는지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은 많은 노력과 시간을 투자해 자신의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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