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 회계사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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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 회계사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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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출처 

2012년 제41대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 강석원

서울대 상대를 졸업 / 고려대 경영대학원 석사 / 단국대 박사 / 1971 제10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중부지방 국세청 소득세 과장, 속초세무서장, 마산세무서장을 거친 뒤 1986년 안권회계법인에 공동대표로 입사하면서 회계업게에 첫발을 디뎠다. 이후 1995년 안건회계법인 대표이사를 거쳐 2000년 부터 7년간 KPMG 삼정회계법인 대표이사를 지냈다. 삼정KPMG 부회장, 기획재정부 조세법령개혁추진위원회 위원, 세제발전심의위원회 위원 등을 지내면서 2012년 제41대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으로 취임하였다.

 

1. 강석원 회계사가 말하는 '회계사란 누구인가'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국세청 사무관으로 일하다가 십수 년이 지난 1986년, 나는 회계사로서 회계법인에서 일을 시작했다. 서른아홉 늦은 나이에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하고 새로운 직업을 갖게 된 것이다. 보다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일을 하고 싶었는데, 마침 모 회계법인의 대표직을 제안받고 회계사의 길을 걷겠다고 결심하게 됐다. 회계법인 대표로 근무하려면 공인회계사 자격증은 있어야겠기에, 불혹을 바라보는 나이에 당시 어렵기로 소문난 공인회계사 시험을 준비했었다. 이해 그 후로도 어느덧 스물여섯 해가 지나고, 현제 삼정KPMG의 부회장으로서, 그리고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으로서 여전히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사람들은 마치 내가 날 때부터 회계사였던 것 같다고 말하곤 한다.그런데 정말 그런 걸까? 나의 어떤 면모가 그렇게 보였을까? 그리고 과연 회계사란 누구일까? 이번 기회에 나름의 생각을 정리해 보았다.

회계사, 비즈니스 언어의 전문가 

  단도직입적으로 나는 회계사란 "기업 또는 조직(entitiy)의 언어(회계)를 다루는 전문가"라고 정의한다. 회사나 기관이 그 자체의 성과와 현황을 비롯해 모든 것에 대해 외부와 소통할 수 있는 언어의 기능을 하는 것이 '회계'이고, 이와 관련된 일을 수행하는 전문가가 '회계사'이다. 기업은 재무제표로 대표되는 계량화된 정부를 통해 성과와 현재 상태 등에 대해 내부의 경영진은 물론 투자자, 감독기구와 의사소통을 한다. 이때 관련 정보의 생산 과정에 참여해 다른 기업이 생산한 정보를 해석하고, 이 정보를 토대로 그에 합당한 세금을 산정하며, 그 모든 정보의 적정성 여부를 평가하는 일을 담당하는 사람이 회계사라는 뜻이다. 
  지난해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월드스타가 된 '강남 스타일'의 싸이를 예로 들어 보자. 그는 세계 무대에서 노래하고 춤추면서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고, 회계사가 없이도 공연 및 음반 발매 등 생산활동을 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 이렇게 생각해 보자. 어느 날 뉴욕의 한 공연기획사에서 싸이에게 공연을 의뢰했다고 치자. 이때 싸이는 출연료로 얼마를 받는 것이 합당할까? 노래 열 곡을 부르는 데 드는 물리적인 시간인 한 시간 남짓에 대하여 어떤 기준과 절차를 거쳐 가격을 산정해야 하는지를 결정하기란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이러한 가격 결정은 기본적으로 수요와 공급이라는 경제학적 원리에서 출발하며, 수요와 공급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를 둘러싼 제반 환경을 파악해야 한다. 싸이의 기획사 경영진은 이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면 싸이가 속한 기획사의 경영진과 뉴욕의 공연기획사가 만나서 이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만약 이들이 서로 똑같은 언어로 정직하게 신의, 성실의 원칙 아래 협상한다면 이상적인 결론에 도달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현실에서 이들은 영어와 한국어라는 서로 다른 언어로 의사소통을 해야 하고, 공연의 성과 등에 대해 서로 다른 논리에 따라 숫자를 산출하며, 때로는 이를 자기 쪽에만 유리하게 적용하려 할지도 모른다. 그 때문에 이러한 모든 과정에서 이상적인 결론에 도달하려면 회계사가 필요하다.
  회계사는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하고, 상대방의 제안을 검토하며, 나아가 공연 티켓 가격이 얼마로 책정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까지도 타당성을 부여할 수 있도록 시장 상황을 계량화하고 검증함으로써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한다. 즉 회계사가 이 과정에 개입함으로써 공연의 대가에 관한 구체적인 숫자를 산출하기도 하고, 거래 상대가 제시한 자료의 적정성을 검증하며, 이를 통해 최종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회계사를 '비즈니스 언어의 전문가'라고 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거래에서 회계사가 숫자에 대한 전문가로서 모든 것을 해결한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모든 숫자에 회계사들이 개입될 때 시장의 모든 비즈니스 정보는 보다 믿을 수 있는 정보로 재탄생한다.

회계사를 통하면 답이 보인다

  이렇게 계량화된 언어를 통하여 시장 참여자들 간에 의사를 소통시키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회계사의 업무 중 가장 큰 비증을 차지하는 컨설팅이다. 다시 말해 회계사는 회계라는 전문 지식을 이용해 시장 상황을 파악한 다음에 고객인 기업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상담하고 도와주는 일을 한다.
  나는 종종 유경환 시인의 「낙산사 가는 길 3」을 읊으며, 회계사가 컨설턴트로서 기업의 상황을 진단하고 평가하는 등의 일을 어떻게 수행하는지 후배 회계사들에게 설명한다. 워낙 시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시와 회계는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시에서 행산의 숨은 뜻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듯, 회계는 숫자 속에 담긴 기업가치의 속뜻을 볼 줄 알아야 하기 떄문이다.

세상에
큰 저울 있어

저 못에 담긴
고요 
달 수 있을까

산 하나 담긴
무게
달 수 있을까

달 수 있는
하늘 저울
마음일 뿐.

  컨설팅 업무를 수행할 때 저울의 역할을 하는 회계사를 상상해 보라. "산의 무게와 호수에 담긴 고요"까지도 측정하려고 하는 것이 회계사인 것이다.
  시장경제에서 회계사가 개입하는 영역이 이렇게 광범위하다 보니 회계사가 어떤 사람인지를 정의하는 것은 쉽지 않다. 또 주로 기업이나 조직을 다루다 보니, 의사나 변호사와는 달리 대부분의 사람들은 직접 회계사를 만나 회계 문제를 논할 일도 없어서 회계사를 다가가기 힘든 전문가 집단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회계사는 비즈니스 언어. 즉 기업언어의 전문가로서 단순히 정보의 생산과 해석에만 관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정보가 거짓이 없는 진실된 것인지 검증하는 역할을 한다. 이것이 바로 공인회계사가 수행하는 감사 및 인증 업무이다. 이를 통해 개인들은 공인회계사 업무 수행 결과의 수혜자로서 공인회계사와 만나게 된다.

세상이 복잡해질수록 회계사는 빛을 발한다

  영화배우 제레미 아이언스가 주인공을 맡고 그 스케일 또한 장대해서 더욱 유명해진 미국 드라마 <The Borogias>에 회계 관련이야기가 등장한다. 이 드라마는 중세 로마를 배경으로 보르지아 가문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어느 날 알렉산터 6세가 천민들의 어려운 생활상을 직접 보고, 교회가 특정 추기경에게 집행을 위탁한 빈민 구제 헌금이 제대로 쓰이지 않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측근에게 헌금의 집행을 복식부기로 기록하도록 하고 이를 조사하게 한다.
  이 이야기는 '회계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사제 루카 파치올라(Luca Pacioli)를 떠올리게 하는데, 회계의 발달이 사회의 발달과 어떻게 연계되는지 생각할 수 있게 하는 좋은 예이다. 즉 한 사람의 사제에 의해 모든 일이 이루어지던 시절과 다르게 교회의 역할이 복잡하게 세분화되기 시작하자 회계와 감사의 필요성이 증대되었고, 그에 따라 회계가 자연스럽게 발전한 것이다.
  실제로 세상이 전문화되고 세분화될수록 따라 회계사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그 수요는 더욱 많아지고 있다. 그러면 지금부터 우리 주변의 회계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엄마 혼자서 모든 것을 다 처리할 수 있는 우리 집 가계부는 굳이 기업언어의 전문가인 회계사가 작성하지 않아도 되고 회계사의 감사를 필요로 하지도 않는다. 자, 그런데 이제 엄마가 여유 자금으로 어떤 회사의 채권을 산다거나 주식에 투자한다고 하면 어떨까? 엄마는 어떤 근거로 좀 더 나은 투자 대상을 판단할 것인가? 
  '묻지 마 투자'가 아니라면, 엄마는 증권회사에서 발표하는 분석보고서를 통해 적절한 투자 대상을 결정할 것이다. 이 분석보고서의 토대가 되는 회사 정보의 신뢰성을 검증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 바로 공인회계사이다. 
  설령 투자를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아침에 눈을 뜨고 다시 잠자리에 들 때까지 우리가 알게 모르게 하고 있는 모든 경제활동의 근간에 회계사가 필요하다. 아버지가 낸 세금이 나라에서 공공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데 잘 쓰이고 있는지, 학교 등록금이 어떤 식으로 집행되고 있는지,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이 기획사로부터 착취를 당하고 있는것은 아닌지 등등 이 모든 것들을 이해하는 데 회계사가 가진 능력은 매우 유용하게 쓰인다.
  이렇게 이야기하다 보니, 회계사가 마치 약장수처럼 느껴진다. 만병통치약을 파는 약장수! 그러나 백번을 양보해도 이것이 완전히 허풍만은 아니다. 고품질의 진실한 회계 업무 수행 결과는 많은 곳에서 진가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회계업 자체가 먹거리를 창출하지는 않지만, 사회 전반의 투명성을 제고해 나갈 수 있기 때문에 회계사는 우리 사회에 반드시 필요하며 고도로 전문화된 사회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실제로 회계감사, 세무대리, 경영자문전문가인 공인회계사는 기업 등 조직의 재무정보를 감시함으로써 이해 관계자를 보호하는 공익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이를 통해 건전한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한다. 즉 회계사는 전문성과 공익성을 둘 다 갖춘 전문 직업인인 것이다.
  그런데 감사인으로서 회계사는 다수의 다양한 이해 관계자를 대신해서 일하기 떄문에 아주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직접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마치 우리 주변의 물과 공기같이 말이다. 감사 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이해 관계자인 회사에게는 사활을 걸만큼 중요하더라도 그러한 감사가 가져온 결과로 혜택을 보는 사람(다수의 투자자 등)을 식별해 내는 것은 쉽지 않음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래서 종종 회계사는 잘한 업무로 평가되기보다 잘못한 업무수행에 대해서만 집중적인 비난을 받는다. 왜냐하면 공공성을 망각한 공인회계사의 업무 수행은 자본주의 경제의 근간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경제의 발전과 회계사의 비전

  1997년 말 불어닥친 외환위기로 우리나라가 IMF 구제금융을 받은 것은 단순한 외화자금 조달을 넘어 우리나라 역사상 한 획을 긋는 사건이 되었다. 이로 인한 제도의 변화들은 사소했지만 종국에는 마치 나비효과와 같이 전혀 예상치 못한 큰 영향을 미쳤다. 우리 회계업계도 예외는 아니어서 외환위기 사태를 기점으로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
  그전까지만 해도 회계사는 주로 감사와 세무조정을 수행하였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회사의 결산 기일인 12월 말부터 감사보고서가 확정되는 주주총회일(보통 익년 3월 말)과 그 이후에 법인세를 신고하는 날까지 회계사들은 그야말로 정신없이 바빴다. 이렇게 3~4개월에 걸쳐 집중된 회계사들의 업무 주기를 빗대어 "메뚜기도 한철"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감사 시즌 때마다 잦은 야근과 회식 등으로 아침에 집으로 들어가고 해가 중천에 뜨면 출근하는 회계사를, 동네 아이가, "밤늦도록 라디오로 지령을 듣고 낮에 움직이는 간첩"으로 오해하여 의심의 눈초리로 지켜본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은 1997년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백팔십도 달라졌다. 회계사들이 일 년 열두 달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진 것이다. 급격히 상황이 악화된 많은 기업들을 감사하는 데 있어, 회계사들이 적절한 증거를 확보하기가 예년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리고 어려워졌을 뿐만 아니라 시중 은행 등 금융권의 구조조정 작업을 필두로 파산 기업의 회생조치 등의 업무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회계사의 업무는 더 이상 감사에만 집중되지 않았으며, 감사를 수행함에 있어서도 일정 기간에만 집중적으로 감사하는 과거의 방식은 더 이상 유용하지 않게 되었다.
  회사, 투자자, 감독기관 등 모든 경제주체가 위기에 대한 보다 효과적인 대처 방안을 연구하기 시작했고, 그와 함께 회계전문가에 대한 수요가 폭발하였다. 특히 우리 자본시장이 해외 투자자들에게 개방되면서 투자자와 의사소통을 하는 데 있어 기본 원칙이라고 할 수 있는 회계기준 등이 국제적인 수준으로 복잡해지고 세세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현제 3,000쪽에 달하는 『기업회계기준』이 1997년 이전에는 90쪽 남짓한 작은 책이었으니, 그 변화가 얼마나 컸는지 가히 짐작이 될 것이다. 더 나아가 기업들은 사업의 위험 관리를 위해 경제 상황을 분석할 수 있는, 역량 있는 회계사를 찾기 시작했다. 이러한 수요의 증가로 회계사 또한 외환위기 직전이던 1997년 4,795명에서 현재는 1만 8177명(2012년 말 기준)에 이르게 되었다.
  보통 사람들에게 회계사는 아직도 감사인이다. 그러나 회계사는 단순히 감사만 수행하는 사람이 아니다. 역사적으로 회계사는 감사 업무를 수행하면서 등장했지만, 고도로 분화된 오늘날에는 의사소통을 위한 컨설턴트로서의 역할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회계사는 기업의 일정 기간 동안의 성과와 현 상태 관련 재무정보를 생상하고 이를 객관적으로 검증하는 감사인의 능력을 기본으로 갖추고 있기에 다양한 분야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예컨대 기업 IT 시스템을 구축할 때 기업언어를 이해하는 회계사가 필요하고 다양한 기업활동에 대한 컨설턴트로서의 회계사가 필요하다. 더 나아가 최근 전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환경문제에 대해서도 회계사가 할 일이 있다. '교통의정서'에 의한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예로 들어 보자. 이미 해외 여러 나라에서는 기업들이 규제 기준 이상으로 온실가스를 배출하게 되면 교토의정서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규제기준보다 덜 배출한 기업으로부터 탄소배출권을 매입하는 배출권 거래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이 제도가 2015년부터는 우리나라에도 도입될 예정이며, 이때 온실가스 배출량 보고, 검증, 인증에 있어 회계사의 역할이 필요할 것이다. 이렇듯 계량화된 정보를 다루는 모든 분야에서 회계사는 매우 중요하고 다양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그뿐 아니다. 공익을 보호하기 위해 회계사의 재능이 사회적으로 이용될 수도 있다. 기업과 영리 분야에 대한 회계감사는 직접적인 이해 관계자에게도 영향을 끼치지만 신뢰할 수 있는 투명한 경제 기반을 만든다는 점에서 의무 사항이다. 그러나 그 외 나머지 분야는 아직 그렇지 않다. 사회 전반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회계사의 재능을 활용해야 한다. 예를 들어 초등학생에 대한 경제 교육, 비영리 단체에 대한 회계멘토링, 영세한 중소기업에 대한 경영 컨설팅 지원 등 공익을 위해 회계사의 재능은 여러모로 사용될 수 있다. 더불어 기업언어의 전문가인 회계사가 진정한 '공인' 회계사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회게사의 역할에 전문가 이상의 '공공 가치'를 부여해 그것을 소중히 여기는 사회 전반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거듭 말하건데, 앞으로 사회는 더욱 분화하고 복잡하게 발전할 것이다. 그리고 이때 발생되는 정보의 비대칭성을 왕화시키면서 그 정보를 공유할 수 있게 하는 '비즈니스 언어의 전문가' 회계사의 가치는 더욱 빛을 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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